버스·택시·화물 등 국내 자동차운수업계에 인력 공백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사업용차량 운전자의 나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인력 유입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버스·택시·화물 등 국내 자동차운수업계에 인력 공백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사업용차량 운전자의 나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규 인력 유입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고령화된 이들마저 머지않아 퇴장하면 사업용차량은 누가 몰지 우려가 커진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동차운수업계에서 정년은 이미 무의미한 상황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버스·택시·화물 등 전체 사업용차량 운전자 74만명 중 만 65세 이상은 15만5000명으로 20.9%를 차지했다.
자동차운수업계의 고령화는 특히 택시 업종에서 두드러진다. 택시 운전자 24만명 중 39.6%에 달하는 9만5000명이 65세 이상이다. 버스와 화물 분야의 고령자 비중은 각각 12.6%, 11%로 택시보다는 낮다.
사업용 운전자의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택시의 경우 지난해 전국 만 65세 이상은 모두 10만7800명으로, 2년 전(9만5000명)보다 13.5%, 4년 전인 2019년(8만2900명)에 비해 30%나 늘었다.
기존 운전자는 고령화되고 신규 인력 유입은 줄어들면서 자동차운수업계는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법인택시업계가 유독 심해 운전자 부족으로 인해 가동률이 전국 평균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국택시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올 4월 말 7만461명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10만2320명에 비해 31.1%(3만1859명) 줄어들었다. 법인택시업계에서는 택시 1대당 2.3명의 기사가 확보돼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택시 1대당(전국 법인택시 면허대수 8만3190대) 기사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개인택시는 은퇴 후 안정적인 ‘세컨드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령화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개인택시 16만4600대 가운데 절반가량은 65세 이상이다.
버스업계도 기사 수급에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전국버스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버스 운전자 수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8만9980명에서 지난해 8만5417명으로 4년 새 4500명 넘게 줄었다.
버스는 노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수다. 하루 2교대가 가능하려면 버스 대수(지난해 4만4284대)에 비해 기사 수가 최소 2배는 있어야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버스 운전자는 준공영제 시행 지역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들 지역에서도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 지역인 부산시와 부산시버스조합은 지난달 16일 부산시청에서 사상 처음으로 버스기사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부산시는 그동안 버스 기사를 선발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운전자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채용 설명회를 처음 열었다고 밝혔다.
버스 준공영제 미지역은 운전자 부족난으로 격일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 부족난은 버스업체의 경영 적자로 이어지고 다시 기사 부족난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거듭 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정년이 지난 운전자를 재고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내 물류를 책임지는 화물차 운송업도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미 80~90%가 50대 이상이다. 용달 등 소형 화물차 운전자들은 태반이 60대 이상이다. 향후 인력 부족으로 물류 흐름에 차질이 생기면, 산업 전체의 활력과 성장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용차량 운전자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추세에 따라 젊은 층의 선호도가 떨어져 이미 고령화됐다. 일의 강도가 높은 데다가 수입은 기대에 못 미쳐 앞으로도 신규 인력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