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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 중개앱 시장 진출한 대기업들 ‘고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4-10-14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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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사업자 벽 넘지 못해…2년 만에 철수한 기업도

KT가 선보인 화물운송 플랫폼 ‘브로캐리’. KT는 화물운송 중개앱 시장 진출 2년 만에 철수했다.

화물운송 중개앱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에 밀려 영업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진출 2년 만에 철수한 기업도 나왔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정보통신) 업체 중 가장 먼저 화물 운송 중개앱 시장에 진출했던 KT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KT는 2021년 물류 자회사 '롤랩'을 설립한 뒤 2022년 화물 운송 플랫폼 '브로캐리'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고도화한 '브로캐리 2.0'까지 내놓았지만, 최근 롤랩을 물류 기업 팀프레시에 매각했다. 

 

또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출시한 화물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 당시 LG유플러스는 '3년 내 1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내걸고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화물잇고는 매월 앱 이용자 수가 하락하고 있다. 올해 2월 5027명이던 화물잇고 차주용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월 3626명으로 떨어졌다가 7월 2782명으로 2월에 비해 44.6%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사업 진출 초기인 만큼 기술 고도화로 연착륙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국내 택시호출 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도 비슷한 상황이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화물 중개 스타트업 '와이엘피(YLP)'를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티맵화물'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 출시 이후 매출은 늘고 있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YLP 매출은 2022년 1360억원에서 지난해 155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2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카카오T 트럭커'를 선보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하반기 MAU 1만5000~2만명대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신사 등 대기업들은 AI에 기반한 최적 배차와 화물차 특화 길 안내 등 첨단 기술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지만, 전국24시콜화물', '원콜' 등 탄탄한 영업망을 확보한 기존 사업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일찌감치 화물운송 중개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온 전국24시콜화물은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앱을 선보였다. 현재 차주 11만여명과 화주 1만3000여명이 가입돼 있으며 연간 4000만건 이상의 운송계약을 처리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뛰어든 화물운송 중개 영역은 기업 간 거래(B2B)가 이뤄지는 '미들마일' 시장이다. 미들마일은 제조 공장과 물류센터, 물류센터와 물류센터 간 등을 연결하는 중간 배송 과정이다. 시장 규모가 30조원이 넘는 데다 여전히 운송장을 수기로 작성하는 등 디지털화가 더뎌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뛰어들었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그 성과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최적 배차, 투명한 운송료 체계, 운임 익일 지급 서비스 등으로 시장 안착을 노렸으나 중개 물량 중 상당 부분을 기존 중개업자들에게 의존하는 등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이제 뛰어든 만큼 적극적인 영업으로 일단 몸집을 키운 후 미들마일 시장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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